산을 배우면서부터
산을 배우면서부터 이 성 부 산을 배우면서부터 참으로 서러운 이들과 외로운 이들이 산으로만 들어가 헤매는 까닭을 알 것 같았다 슬픔이나 외로움 따위 느껴질 때는 이미 그것들 저만치 사라지는 것이 보이고 산과 내가 한 몸이 되어 슬픔이나 외로움 따위 잊어버렸을 때는 머지않아 이것들이 가까이 오리라는 것을 알았다 집과 사무실을 오고 갈 적에는 자꾸 산으로만 떠나고 싶어 안절부절 떠나기만 하면 옷 갈아입은 길들이 나를 맞아들이고 더러는 억새풀로 삐져나온 나뭇가지로 키를 조금 넘는 조릿대 줄기로 내 이마와 뺨을 때려도 내맞는 즐거움 아름답게 살아남았다 가도 가도 끝없는 길 오르락내리락 더 흘릴 땀도 말라버려 주저앉을 적에는 어서 빨리 집으로만 가고 싶었다 산을 내려가서 막걸리 한 사발 퍼마시고 그냥 그대로 잠들..
2012.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