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가는 자리를 위하여
두고 가는 자리를 위하여 박 정 만 永訣終天 두고 가는 자리를 위하여 사랑이여, 이제 너도 떠나가라 꽃 지고 마지막 참회나무 잎마저 지고 나면 나 또한 12월의 끝으로 떠나가리라. 무서리 하얗게 쌓인 저 대지 위에 山色처럼 깊어진 부평초 하나 목숨은 저홀로 피었다가 저홀로 지고 그 위에 無命의 어둠발이 죽음을 밟고 온다. 어딘가 그곳에 바람은 불 것이다 사라진 미사의 너울처럼 짝귀 달린 영혼의 슬픈 그림자를 데불고 돌아오는 산부처 또는 산메아리처럼. 사랑이여, 인제 너도 돌아오라 은봉채(銀鳳釵) 꽃술 위에 바람 부는 저녁마다 밤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꿈속의 호젓한 길로 이제는 죄가 아닌 한 생의 뜻으로 돌아오라. 忍冬草 뿌리에도 시퍼런 날이 섰거니.
2012.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