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2)
-
낙동강
낙동강 - 권 순 자 너는 기억하고 있구나 안개 자욱한 새벽 조용히 노래 부르기도 하는 너는 온몸으로 느끼고 있구나 모든 모욕과 모든 성쇠가 작아지고 작아져 자갈처럼 작아져 물속으로 고요히 가라앉기도 하고 구르기도 하면서 흐르고 흘러 모래톱이 된다는 것을 네 입술이 노래하는 것을 새들이 듣고 네 입술이 흘러 보낸 물길에 천년 물고기가 목숨을 이어간다는 것을 나무들이 수천 번의 잎을 달았다 떨구고 꽃들이 수만 번의 꽃잎을 피웠다 잃는 동안 붉은 열매로 제 나이테를 대대손손 이어가는 붉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작아지고 작아져야만 제대로 볼 수 있고 약해지고 약해져야만 제대로 들을 수 있는 낮고 낮은 심장이여 네 무릎은 낮아서 쉽게 젖어들고 네 귀는 밝아서 낮게 흐르는 소리도 듣는구나 너는 참으로 울음을 아나니..
2010.12.08 -
황지천 2009.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