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중 저수지
2011. 1. 31. 14:37ㆍ사진/풍경
겨울 저수지
박 후 식
혼자서도 외롭지 않다
무수한 언어들이 함몰된 침묵
겨울 저수지는 견실한 속삭임으로 가득하다
풀숲 층계를 내리면
수심 내밀한 곳에서 문을 여는 소리
문을 닫는 소리
겨울 언어들은 더 깊은 사랑의 침실로 이동한다.
바람이 분다, 겨울 밑으로
마을갔던 언어들이 하나 둘 물가에 나와 수군거린다
기어오를 듯 날아오를 듯 몸을 낮추고 있다
어디선가 물 가르는 소리,
그러나 사방은 아직도 깊은 절제 속에 있다
먼 소각장 굴뚝, 그 굴뚝 위엔
소박맞은 낮달이 가출한 여인처럼 떠 있다
겨울 저수지는 혼자서도 외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