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시
전나무
尋牛子
2020. 2. 10. 21:21
전나무
김 승 기
하늘을 빗질하며
천년을 그렇게 서 있었다
꽃으로 피는
수많은 시름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고서
여름 폭풍우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겨울 폭설이 온몸을 짓누르는 아픔 있어도
雪害木은 결코 되지 않았다
오로지
우뚝하게 선 우람한 기둥
하늘을 떠받치고
사방으로 크게 팔을 내뻗어
우주를 빗질하며
앞으로도 또 천년을 그렇게 서 있으리라
그 천년 후에
설악산 천불동 가야동 계곡에서
지리산 노고단 세석평전에서
枯死木으로 서서 다시 천년을 지킨 후에
그대의 깊숙한 눈동자에 들어
사랑으로 꽃을 피우는 별이 되리라
오늘도 전나무는 그렇게 서서
사랑을 빗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