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 저녁
2009. 9. 12. 17:08ㆍ시 모음/시
압록 저녁
공 광 규
강바닥에서 솟은 바위들이 오리처럼 떠서
황홀한 물별을 주워 먹는 저녁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저녁 강도 저와 닮아
속마음과 겉 표정이 따로 노나 봅니다
강심은 대밭이 휜 쪽으로 흐르는 것이 분명한데
수면은 갈대가 휜 쪽으로 주름을 잡고 있습니다
대밭을 파랗게 적신 강물이 저녁 물별을 퍼 올려
감나무에 빨간 감을 전등처럼 매다는 압록
보성강이 섬진강 옆구리에 몸을 합치듯
그대와 몸을 합치려 가출해야겠습니다